편리함과 맞바꾼 가전제품 수명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옛날에는 동네마다 전파사라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던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으레 전파사로 들고 갔습니다.
전파사 주인은 폐기 처분한 가전제품 속에 있던 부품을 모아 놨다가, 그걸 사용해서 고장 난 제품을 수리했습니다.
그렇게 고친 제품을 중고로 팔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재활용 정거장인 것입니다.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면 제조 회사가 다른 제품이라도 이리저리 부품을 바꿔서 고장 난 물건을 고칠 확률도 높았습니다.
전파사 중에서도 특별히 잘 고치는 곳을 만나면 마법사를 만난 듯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전자제품 종류가 많아지고 크기가 커지고 유행이 빠르게 변하자 대기업 서비스 센터가 동네 전파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수리 기사님이 집으로 방문해서 고쳐 주니 편리함을 돈으로 지불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대신 서비스 센터는 자기네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면 고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생산을 중단한 제품인 경우에는 부품을 구하기도 어려워서 고치기보다 새 제품을 사는 게 더 저렴할 때도
있습니다.
대게는 서비스 센터가 있는 곳에 매장도 함께 있으니 고치러 갔다가도 새 제품을 사기로 마음을 바꾸기도
쉽습니다.
재활용보다 더 좋은 방법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이리 자주 휴대폰을 바꾸게 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엔 기업의 의도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잘 쓰던 휴대폰이 약정 기간이 끝나 갈 무렵쯤 신기하게도 잔고장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되니 적절한 시점에서 제품이 조금씩 문제를 일으키도록 설계되어 있을 거라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물건이 꾸준히 팔려야 기업이 이득을 얻는데, 물건이 너무 튼튼해서 고장이 안 난다거나 부품을 한 두 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면 곤란해질 테니까요.
그래서 기업은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새로운 제품 모델을 자꾸 만들고, 전에 생산한 제품 생산 라인을 없애 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부품을 구하기 어렵거나 불가능 해집니다.
설령 구하게 되더라도 가격이 만만찮아서 수리를 포기하는 일이 생깁니다.
더 확실한 방법은 처음부터 일정 시간이 흐르면 바꿀 수밖에 없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걸 <계획적 진부화>라고 부릅니다.
일종의 판매 전략인 셈입니다.
계획적 진부는 경영학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수요를 늘릴 목적으로 제품을 진부하게, 그러니까 낡아 빠지고 새롭지 못한 것으로 만드는 기업의 행동을 말합니다.
디지털 텔레비전이 아날로그 텔레비전을 대신하도록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 우리가 광고를 보면 내것은 너무 낡고 보잘것없어 보이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유처럼 말입니다.
기능은 같지만 디자인을 바꾼 제품으로 유행을 만드는 것도 여기에 속합니다.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꾸는 이유 가운데 심리적 진부화가 작동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어느 시점에 성능이 떨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은 시간적 진부 화입니다.
제품의 수명을 조작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도 물건의 수명이 짧아지는
이유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편리함과 전자제품의 수명을 맞바꾼 셈입니다.
소비와 자원낭비
1940년대 듀폰사 가 만든 나일론 스타킹은 자동차를 한 대 끌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올도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그런 스타킹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스타킹 소비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까 말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오직 많이 팔아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논리가 자원 낭비와 폐기물 처리라는 과제를 인류에게 남긴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소비자는 고장 난 가전제품을 기업에서 가져가니 어떻게 버릴지에 대한 고민에서 해방이 되어 자원 낭비라는
쓰레기 문제를 잊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버리는 게 어려우면 물건을 사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할 텐데 말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더하자면 제품의 크기가 커진 것도 문제입니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 물건도 이왕이면 큰 거 사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소비량이 1989년부터 2014년 사이 25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한 이유가 가전제품의 크기와 종류가
많아진 이유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가 지난 500년 동안 5억 명에서 70억 명으로 14배 증가한 데 비해
하루에 소비하는 에너지는 13조 칼로리에서 1500조 칼로리로 115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인구도 증가하지만 엄청나게 에너지 소비도 증가하는데, 자원을 점점 더 많이 꺼내 쓰는 일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릅니다.
물건을 소비하면서 자원의 유한함을 동시에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생각해 봅니다.
아메리카 선주민들은 늘 7세대 뒤를 생각하며 살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있기는 한 건지
의문입니다.
폐기물과 자원순환
2016년 우리나라의 대기업 휴대폰이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 나요. 이 회사에서 만든 휴대폰이 문제였습니다.
처음에는 사상 최고의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눈의 홍채를 인식하는 세계 최초의 제품이었고 여러 새로운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품이 출시된 지 겨우 5일이 지나고부터 100건이 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합니다.
심지어는 이륙을 준비하던 비행기 안에서도 터졌고 결국 회사는 제품이 나온 지 54일 만에 생산을 중단했고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당시 해당 휴대폰은 이미 약 430만 대가 생산되었는데 무게로 따지면 약 730톤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글쎄 리콜 대상 휴대폰을 전부 폐기하겠다고 했습니다.
무려 730톤이나 되는 휴대폰에는 금이 약 100킬로그램, 은 약 1톤, 그리고 1톤 이상의 텅스텐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걸 다 버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환경단체에서는 폐기가 아니라 재활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에는 희소 광물을 윤리적으로 소비해야 할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전량 폐기할 경우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우려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결함이 원이 있던 배터리만 교체한 리퍼 제품을 출시했으니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쓰다 버린 그 많은 휴대폰과 전자제품들은 대체 지금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있을까요.
버려진 전자 폐기물에는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남아 있을지 주변 생태계까지 오염시켜 가면서 지구에서 꺼낸
자원이니 만큼 가능하다면 폐기하기보다는 순환시키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혹시 우리 집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휴대폰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폐휴대폰에게 세상 구경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폐휴대폰에는 금, 은, 팔라듐 등 16종 이상의 희귀 금속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희귀 금속을 서랍 속에서 묵히는 건 자원 낭비입니다.
폐휴대폰을 재활용하지 않고 버리면 토양을 오염시키기도 합니다.
폐휴대폰을 그냥 폐기물로 버리지 않고 자원순환하는 방식으로 재활용해야 합니다.
휴대폰을 구성하는 금속 가운데는 납이나 비소 같은 유해 물질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 있는 폐휴대폰을 수집해서 재활용하는 곳에 가져다주는 것 만으로 지구를 구하는데 한 발 나아간 것입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폐휴대폰을 모아서 자원순환센터 같은 곳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필요한 금속을 회수하여
재활용한다고 합니다.
거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자선단체에 후원을 하기도 합니다.
재활용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전자제품이 고장 났을 때 스스로
고쳐 쓸 수는 없는지 꼭 서비스 센터에 가서 수리를 받아야 하는지 동네 전파사에서 부품을 판다면 서비스 센터에 가서 기다리는 번거로움이나 버려지는 전자제품 수가 줄지는 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딜 가든 우리의 시선을 집요하게 끌어당기는 광고는 소비를 부추기는 역할을 합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폐기물을 처리할 공간이 부족한 지구에서 지금의 생산 방식은 문제가 많습니다.
시민은 기업에게 과잉 생산을 멈추라는 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시민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부는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은 그에 따라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전자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가 있습니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인데 생산자가 물품의 폐기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품을 분해가 쉽도록 만들거나 한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 수를 가능한 줄이면 재활용에 들어가는 에너지나
수고가 줄어들 것입니다.
서랍 속에 잠자는 휴대폰을 꺼내서 폐휴대폰 모으는 곳에 가져다주는 이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 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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