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낙엽을 청소하는 미생물
늦가을이면 공원이나 길가의 가로수 낙엽들을 쓸어 담느라 환경미화원 여러분들이 애를 먹습니다.
도시도 이러한데 매년 엄청난 양이 쏟아져 내리는 숲 속 낙엽은 누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숲의 바닥에는 낙엽뿐만 아니라 나뭇가지와 나무껍질, 열매가 떨어져서 쌓입니다.
숲의 바닥에 쌓이는 낙엽은 1헥타르당 3~4톤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숲에 가보면 엄청나게 쌓여 있어야 할 낙엽이 그렇게 눈에 띄게 많지는 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매년 눈에 보이지 않는 숲의 성실한 청소부가 낙엽을 썩히고 분해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썩는다는 뜻은 음식물의 부패나 발효 같은 방식이 아니고, 연쇄적으로 부후 분해되는 것을 뜻합니다.
숲 속의 청소부의 정체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입니다.
낙엽의 분해 과정을 들여다보면, 미생물인 곰팡이와 버섯 무리들이 선두로 나섭니다.
먼저 버섯의 균사가 낙엽에 달라붙어 셀룰로스와 리그닌을 분해하여 부서지기 쉽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낙엽의 일부가 이산화탄소와 무기질로 분해되고, 남은 낙엽을 잘게 부수는 작업은 땅속 벌레들이 맡습니다.
지렁이가 가장 부지런하며 노래기와 풍뎅이 유충들도 힘을 보탭니다.
마지막으로 세균들이 잘게 부서진 낙엽을 무기물로 분해하면서 청소 작업이 마무리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썩은 낙엽 1g에 수억 개의 세균이 달라붙어 죽은 곰팡이, 버섯, 동물 사체까지 분해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미생물들의 낙엽 분해 활동이 있었기에 숲의 낙엽이 많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청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 물질로 구성된 낙엽을 무기화하여 미네랄 성분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나무에 양분으로 되돌려줍니다.
생태계에서 식물을 생산자, 동물을 소비자라고 한다면 토양생물은 분해자로서 <양료순환>의 한 고리를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공원 같은 곳에 쌓인 낙엽은 태우지 말고 고마운 청소부들의 먹잇감으로 남겨주면 우리 인간에게도 이로울 것입니다.
미생물과 흙
흙 1g은 그야말로 하나의 세계입니다. 미생물과 흙 1g 은 인간에 비유하자면 인간 국가와 비슷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1g의 흙 속에는 5,000여 종의 미생물 3천만 마리가 살고 있으며 총인구로만 따져보면 캐나다와 비슷합니다.
만약 흙이 비옥한 숲에서 떠 온 것이라면 개체 수는 10억 마리까지 늘어납니다.
미국 총인구의 3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흙을 비옥하게 하는 지렁이는 자기 체중의 2배에 달하는 먹이를 먹고, 절반을 배설물로 내놓습니다.
낙엽의 틈새나 흙 표면에 굴러다니는 크고 작은 가루 입자가 바로 지렁이와 같은 동물들의 배설물입니다.
지렁이 한 마리가 하루에 내놓는 천연 비료의 양은 약 4g이며, 천연 비료의 입자와 흙이 섞여서 토양에는 무수한 틈이
생깁니다.
이 틈에는 토양에 유익한 물이 저수지처럼 보관되고 나머지는 지하로 스며듭니다.
지렁이가 내놓은 흙 속 배설물은 다른 벌레가 먹기도 하고, 미생물이 이용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암모니아와 인과 같은 무기물 수준으로까지 분해됩니다.
무기물은 다시 나무가 흡수하여 양분으로 이용하고, 지네와 거미, 개미 같은 육식성 벌레들은 먹이를 찾아 흙 속에서
활발하게 돌아다닙니다.
특히 지렁이가 판 터널이나 원형 벌레가 몸을 숨기는 작은 구멍은 흙을 아주 부드럽게 합니다.
이들 벌레의 시체는 또 하나의 천연 비료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벌레와 미생물이 합작하여 나무가 자라기에 좋은 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순환의 고리에서 인간은 풍부한 먹을거리와 깨끗한 지하수를 얻습니다.
1g이라는 흙이라는 세상을 보존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복지가 아니라 우리 인간을 위한 생존전략인 것입니다.
송이버섯과 소나무의 공생
버섯은 숲 속 청소부들 중에서 가장 먼저 부후 분해에 나섭니다.
버섯은 그 생활방식에 따라 살아 있는 나무뿌리에 균근을 만들어 공생관계를 가지는 <균근 성> 버섯과 낙엽과 풀, 살아 있는 나무와 죽은 나무 등 흙 속의 부식질 등을 분해하는 <부후성> 버섯으로 나누어집니다.
균근 성 버섯은 살아 있는 나무의 실뿌리에 균근을 만들고 여기서 뻗어 나오는 균사로 번식하면서 나무와 서로 영양분을
주고받으며 공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버섯은 나무로부터 생장과 번식에 도움을 받으면서, 땅속의 부식질을 분해하는 청소부 역할을 합니다.
한편 죽은 채로 서 있거나 쓰러진 나무는 부후성 버섯이 나서서 분해와 청소를 시작하게 됩니다.
목재 부후균으로 알려진 이 버섯 무리들은 나무 성분을 분해하여 영양분으로 이용하며 숲 속 청소부로 살아갑니다.
송이버섯은 맛과 향이 좋고 베타글루칸 항암성분이 풍부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최고급 식재료 대접을 받는
버섯의 왕입니다.
그러나 두 나라에서 송이 생산이 급감하여 중국산이나 북한산 송이버섯의 반입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양국에서 송이 생산이 줄어든 것은 단순하게 채취 인건비가 비싸진 탓만이 아니라 송이 자원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송이는 원래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는 비옥한 땅에는 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엘피지 가스가 연료로 사용되면서 상당 기간 소나무 숲 바닥에서 솔가리 땔감을 긁지 않아서 토양이 비옥해지고
송이가 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소나무 숲에 관목이 무성하고 낙엽이 쌓이면 땅속에 다른 곰팡이와 버섯이 증가하여 소나무 외 수목의 나무뿌리에 균근 성
버섯이 늘어납니다.
이때 소나무도 거름기가 많은 쪽으로 뿌리를 내려 송이가 좋아하는 척박한 곳에는 균근을 만들 소나무 뿌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고립된 상태가 된 송이는 설상가상으로 주위의 다른 곰팡이와 버섯의 침입을 받으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송이를 살리기 위해 엘피지 가스 사용을 포기하고 솔가리 땔감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송이버섯이 잘 자랄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30~35년 된 소나무 숲에서 떨기나무들을 제거하고 낙엽을 긁어 줘야 합니다.
그러면 5~6년 후부터 뿌리 근처에서 <균환>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곧 송이버섯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송이버섯은 살아 있는 소나무와 공생하여 청소부 역할을 다하는 대표적인 균근 성 버섯입니다.
송이버섯의 일생은 다른 버섯들과 마찬가지로 버섯의 주름에서 만들어진 포자가 땅에 떨어지면서 시작됩니다.
어린 소나무의 뿌리에 침입하여 균근을 만들고 균사는 둥글게 원을 그리고 균환을 이루며 바깥쪽으로 뻗어 나갑니다.
균사의 층이 두꺼워지는 3~4년 후부터 송이버섯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송이가 열리면 안쪽의 균사는 죽고 바깥쪽은
매년 10~15센티씩 자라서 균환이 바깥으로 확대해 나갑니다.
균환은 일단 완성되면 30~40년 동안 계속 송이버섯을 만들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 처럼 송이버섯이 강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송이버섯 균근은 다른 미생물이나 버섯을 쫓아내는 물질을 분비해서 소나무가 활력이 있는 한 송이버섯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송이버섯은 착박한 땅에서 살기 때문에 소나무가 광합성으로 만든 포도당이나 탄수화물을 균근을 통해 내려받아 에너지로 이용합니다.
대신 송이 균사는 소나무 뿌리보다 토양 속의 인이나 칼슘 같은 미네랄을 분해해내는 능력이 뛰어나서 이를 흡수하여 소나무에게 공급해
주면서 둘은 공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나무는 자신의 물질대사 능력이 떨어지면서 송이버섯의 균근 형성을 거부합니다.
소나무 나이가 70~80년 이상 되면 송이가 잘 열리지 않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소나무와 송이의 주종관계를 굳이 따지자면 소나무가 갑이고 천하의 맛 송이버섯이 을입니다.
'자연의 신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꾸 새 물건이 사고 싶어지는 이유 (0) | 2022.11.06 |
---|---|
바나나의 멸종을 막아라 (0) | 2022.11.05 |
재미있는 식물학 (0) | 2022.11.04 |
단풍 나뭇잎과 소나무잎의 색 (0) | 2022.11.04 |
인간을 치유하는 피톤치드 (0) | 2022.1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