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의 광합성과 이층
가을은 나뭇잎을 선명한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물들입니다.
여름 동안 녹색이었던 잎이 가을이 되면 변하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이 현상에는 단풍의 슬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식물의 잎은 광합성을 하는 소중한 기관이며 생산 공장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식물의 잎에 있어 여름은 매우 바쁜 계절입니다.
공장의 에너지인 햇볕이 듬뿍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광합성은 화학반응이어서 온도가 높으면 활발해 지므로 빛이 강하고 온도가 높은 여름에 식물의 잎은 활발히 광합성을 해서 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치 기운차게 돌아가는 공장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활발한 광합성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윽고 여름이 끝나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햇볕은 나날이 약해지고 낮 시간의 길이도 짧아집니다.
광합성의 효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의 생산성도 서서히 줄어들면서 계절은 겨울로 향하게 됩니다.
생산량이 줄어든 생산 공장인 잎은 적자를 내고 맙니다.
당의 생산성은 줄어들지만, 식물은 호흡으로 당을 계속 소비하기 때문이며 게다가 잎에서 수분이 끊임없이 증발합니다.
가을에서 겨울이 되면 강우량도 적어지고 광합성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귀중한 수분을 낭비하게 돼버립니다.
중요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나뭇가지로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더는 공장이 돌아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식물은 짐이 되어 버린 잎을 버릴 것을 결단 내리게 됩니다.
식물은 잎과 줄기가 연결된 부분에 <이층>이라는 수분과 영양분이 지나가지 않는 층을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수분도 영양분도 잎에 공급되지 않으며 <이층> 은 가을부터 살기 위해 버틴 잎에게는 이 얼마나
냉혹한 말인지 모릅니다.
단풍 나뭇잎의 광합성과 안토시아닌
단풍 나뭇잎의 외로운 사투는 시작됩니다.
그러나 생산 공장인 단풍잎은 씩씩합니다.
수분과 영양분의 공급이 끊겨도 이미 가지고 있는 한정된 수분과 영양분으로 잎을 유지하면서, 광합성을 계속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열심히 광합성을 해도, 생성된 당분은 식물의 본체에 전해지지 않습니다.
이미 잎의 뿌리에 이층이라는 두꺼운 장벽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잎은 광합성으로 만든 당분을 조금씩 그대로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잎 속에서 만들어지고, 축적된 당분에서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가 만들어집니다.
안토시아닌은 수분 부족 또는 차가운 기온으로 발생하는 식물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물질입니다.
식물의 본체가 돌보지 않아 수분이 부족하고 온도가 낮은 환경 속에서 혼자 당분을 만드는 잎의 사투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곧 한계에 이르게 됩니다.
광합성을 계속하던 잎 속의 엽록소는 결국 낮은 기온으로 파괴되고 녹색의 엽록소가 사라지면, 이번에는 반대로 잎에 축적되어 있던 안토시아닌의 붉은 색소가 눈에 띄게 됩니다.
단풍나무 잎은 밤낮의 온도 차가 클수록 아름답습니다.
낮 동안 광합성으로 벌어들인 당분이 밤의 추위로 안토시아닌으로 변하면서, 엽록소가 파괴됩니다.
낮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벌어들인 끝에 맞이하는 엽록소의 최후인 것입니다.
식물이 수분 부족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만든 물질이 하필이면 왜 붉은색인지 궁금해집니다.
식물이 붉은색이나 노란색 꽃을 피우는 것은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해서이고, 과실이 붉은색을 띠는 것은 새를 불러들이기 위해서입니다.
현대인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으로 눈을 혹사하면서 안토시아닌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식물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왜 사람의 눈에 좋은지 궁금해집니다.
안토시아닌은 식물에 있는 붉은 자주색의 색소입니다.
식물은 안토시아닌으로 다양한 것들을 색으로 물들 입니다.
꽃의 색깔이 적색이나 보라색인 이유는 안토시아닌 때문입니다.
식물은 꽃을 색으로 물들여 곤충을 불러들이고, 꽃가루를 배달시킵니다.
사과나 포도 등 과일의 붉은색과 보라색도 안토시아닌 때문이며 식물은 이렇게 과일에 색을 입혀서 새를 모으고
씨앗을 옮깁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은 색을 물들이는 색소 이외의 역할이 또 있습니다.
자외선을 흡수하고, 자외선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일입니다.
잎이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를 만드는 이유인 것입니다.
세포의 침투압을 높여 보수력을 높이고, 얼어붙는 일을 방지합니다.
또한 항균 활성 및 항산과 기능이 있어서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합니다.
이 다기능 물질의 여러 효과는 우리 몸에도 다양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소나무 잎의 색이 푸른 이유
인간의 몸속에서 식물이 의도하지 않은 유용한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생명력을 상징하는 상록수 소나무는 왜 항상 푸른빛을 유지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는 상록수는 오래된 식물입니다.
상록수는 2가지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나무를 상록수라고 말합니다.
하나는 겉씨식물인 상록수이고 겉씨식물은 추위에 적응하면서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잎을 가늘게 만듭니다.
이러한 식물을 <침엽수>라고 부릅니다.
속씨식물이 진화 과정에서 등장하면서 겉씨식물은 극한의 땅으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겉씨식물은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잎을 뾰족하게 만들었습니다.
겨울철에도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소나무 잎은 푸른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나무 잎처럼 가늘게 만들면, 햇빛을 쐬고 광합성을 하는 효율은 떨어집니다.
진화한 속씨식물은 넓은 잎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활엽수>라고 불려집니다.
활엽수 중에서도 겨울에 잎을 떼어 버리지 않는 <상록활엽수>가 있고, 추운 겨울이 있는 지역의 상록활엽수는 잎의
표면을 왁스층으로 덮어 수분 증발을 막아 냅니다.
이러한 잎은 왁스층 때문에 표면에 광택이 있어 <조엽수>라고 부릅니다.
그렇지만 조엽 수도 한계가 있는데, 따뜻한 지역에 분포하며 너무 추운 지역에서는 서식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추운 지역에서는 역시 스스로 잎을 떼어 버리는 낙엽수가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공룡이 살던 시대, 지구를 제패했던 겉씨식물은 새롭게 등장한 속씨식물에 설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그러나 동결에 유리한 침엽수로써 매우 추운 지역에 퍼져 살아남았습니다.
소나무 잎은 눈이 쌓여도 푸른색잎을 유지합니다.
오래된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소나무는 이 유행에 뒤처진 오래된 시스템 덕분에 우리에게 길한 식물로 사랑받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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